우리나라에는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아홉사리고개 부터 충청남도 천안의 짚새끼 사리듯 꼬부라진 아홉사리고개, 부여군 홍산면의 보부상 애환이 녹은 아홉사리고개, 경상남도 거창 가북면 아홉사리고개 까지 전국적으로 아홉사리고개(九曲峙)가 분포하고 있습니다. 깊고 험한 지역 이였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고개마다 전설도 전해옵니다.
옛날 인제군 상남리에서 험준한 아홉사리 고개를 넘어 16세 처녀가 홍천으로 시집을 왔습니다. 시집온 1년 후에 아이를 낳아 친정엘 가려 해도 아이와 함께 험한 산길을 도저히 넘어 갈 수가 없어 아이가 아홉살 되던 해에 드디어 고개를 넘었다 하여 아홉사리 고개라 전한다고 합니다.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도 아홉사리고개(아홉살이고개)가 있습니다. 옛 용인군 수지읍 시절 외진 산골 마을인 동천리 사람들이 풍덕천리로 넘어가던 아홉 개 구비로 이루어졌던 아홉사리고개는 아파트 건설로 구비구비 고개는 사라지고 수지고 뒤 아파트 단지 사이에 옛길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동천동 아홉사리고개에는 꼬리 아홉 달린 백여우가 수원장에 다니며 떡 장사로 부모를 잃은 손자손녀를 부양하던 할머니를 잡아먹었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동천리 사람들이 수원 장보러 갈 때 넘던 깊은 산속 길이 아홉사리고개 이었음을 알게 해주는 전설입니다. 동천리 아이들이 풍덕천리 수지국민학교를 다닌 길이기도 합니다.
동천동 아홉사리고개에서 검드레산(260.1m 행복언덕쉼터 신봉산 간태산) 정상에 오릅니다. 정상 한 구석에 여흥민씨사패정계(驪興閔氏賜牌定界) 표지석이 쓰러져있습니다. 권세가 소유를 표시하기 위해 세운 자리에 그대로 서있지 못하고 쓰러져 흙에 파묻혀 가는 표지석을 보며 인간사 영욕의 굴곡이 느껴집니다.
충정공 민영환 선생이 을사보호조약에 반대해 자결하시자 나라에서 검드레산 부근 일대를 사패지로 하사해 선생을 모셨으나 일인들과 앞잡이들의 모함으로 소유권이 넘어가, 봉분 없이 평장(平葬)되었던 선생 묘소를 1942년 유림(儒林)들에 의해 기흥구 마북동으로 이장한 것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삼성쉐르빌로 하산합니다. 산행인들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검드레산 등산로 중에서도 비교적 발길이 드물어 깊은 산속 산행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검드레산 라운딩 트레킹 코스의 하나입니다. 별장형 전원주택 아파트인 삼성쉐르빌 정문에서 포장도로 따라 약300m 아래로 내려오면 축대위에 공터가 휑하니 있습니다.
재일교포 사업가로 1960년대 명동 코스모스 백화점을 건립한 (고)정규성(丁奎成) 선생 초장지입니다. 천하명당 묘 터로 알려져 고인이 이런저런 큰 정성을 기울여 매입해 사후(死後) 안장한 터입니다. 명당 발복운(發福運)은 없었는지 사업이 기울고 고인의 명성도 역사의 뒤안길로 살아지며 이장(移葬)한 이후로는 황량한 빈터입니다.
검드레산은 산 이름 유래도 재미있지만 아홉사리고개의 전설, 여흥민씨사패정계비, 실전된 민영환 선생 초장지, 흘러간 재벌의 명당묘터 실화(實話)등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역사를 간직한 산입니다. 일부 산행인들이 검드레산 위치를 말구리고개 근처 봉우리로 오인해 산행후기를 작성하는 점은 시정해야할 사항입니다.
용인에 폭설 내린 다음날 동천도서관 올라가는 언덕에 쌓인 눈을 쓸고 계시는 기품 있는 중년 신사가 어쩐지 토박이 분 같아 실례를 무릅쓰고 말을 걸었더니 수지가 고향인 경기도의회 (전)도의원 김용찬님 이었습니다. 아홉사리고개, 정규성 선생 묘터 관련 일화 비롯해 향토사급 흥미 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주시고 현장 까지 친절히 안내해 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참고자료:
- 수지읍지(용인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
- 수지문화답사기(이석순)
- 홍천문화원 지명유래
- 천안시청 홈페이지 지명유래
- 부여군청 홈페이지 지명유래
- 서울시 중구역사문화자원(Database Contents)
경로:
수지고/0.0km
아홉사리고개·문필봉/0.69km
동막근린공원/0.79km
검드레산/1.87km
삼성쉐르빌 정문/3.06km
명당 묘 터/3.35km
수지고/3.74km
↓ 풍덕천1동 주민센터에서 보는 검드레산 줄기. 임진왜란 때 주둔 조선 농민병들이 규율없이 건들건들해서 검드레산이라거나 비가 오려 할 때 동천동에서 보면 검게 구름이 껴 검드레산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검드레산 정상은 동천동:
↓ 출발_ 수지고입구:
아홉사리고개 시작:
수지고 뒷 길:
마대 깔고 데크 설치한 옛 아홉사리고개 흔적:
정비되기전 이 곳 아홉사리고개로 하산하며 미끄러진 경험이 여러번 있습니다:
검드레산 문필봉:
동막근린공원(녹색선이 래미안아파트로 하산하는 아홉사리고개 길 흔적).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며 깊은 산 속 분위기는 찾기 어렵습니다:
검드레산 정상(정자 좌측 태극기 옆에 여흥민씨사패정계석이 누어 있습니다):
여흥민씨사패정계석:
검드레산에 신봉산 표식 산행띠. 검드레산은 동천동, 풍덕천동, 신봉동 경계. 동천동 보다 신봉동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먼저 건립되며 신봉산이라고 불리기 시작. 신봉산이라고 하는건 그럴 수 있는데, 이후로 일부 산행인들이 신봉산과 검드레산(간태산 행복언덕쉼터)이 다른 산 인줄 알고 검드레산을 말구리고개 옆 봉우리라고 잘못 오인하시는 분들이 상당수입니다:
수지성당 방향으로:
삼성쉐르빌 방향 표시 이정목:
리기다 소나무 숲 길:
아는 사람만 다니는 등산로:
삼성쉐르빌 보며 하산:
삼성쉐르빌 정문 앞 길:
도로 위 방향 끝 부분에 자동차학원 운전연습장이 있습니다:
하산완료:
삼성쉐르빌 정문에서 300m 아래 축대위 공터가 (고)조규성 선생 초장지:
앞 전망은 아파트가 들어서며 없어졌습니다:
황량삭막:
뭘 보고 천하명당묘터라고 했을가? 이장하며 소유권도 넘어갔다는:
언덕길로 우마차가 다녔다니 삼성쉐르빌, 풍덕자동차 학원 부지는 산속 논밭이었던 모양:
수지고로 원위치:
카카오맵 경로. 카카오맵은 아홉살이고개로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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