霞村 南龍祐 隨筆

霞村 隨筆(9) 마비된 五月의 感覺

맑은공기n 2022. 5. 23. 16:51

 

                                                         마비된 五月의 感覺

 

글 남용우

1961. 05. 09

 

 詩人들은 五月新綠季節이니, 가슴 부풀어 오르는 소녀의 季節이니 하며 찬양해왔다.

 

 의당히 五月은 우리들에게 希望을 실어다 주는 季節이어야 할 것이다. 五月과 더불어 무엇인지 내일의 期約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五月은 너무나도 메말라 期約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는 것 같다. 얼마 안 되는 金權의 구멍을 찾아 머리를 싸매고 싸우기만 하고 있는 정치가들, 그저 둥글둥글 살아가가고 不正을 보고도 말 한 마디 못 하는 교육자들, 모든 부드러움을 잃어버려 아이들처럼 짜증만 내는 어머니들. 理由있는 反抗 理由없는 反抗 혼동되어 잘하나 못하나 아주 버림을 받고 있는 어린아이들!

 이렇듯 우리들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五月風景은 슬프기만 하다.

 

 볼품없이 잘라놓은 서울 거리의 街路樹 굵은 가지에 앙상하게 매달린 푸른 잎은 우리의 마음을 더욱 메마르게만 한다. 모두들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요행(僥倖)을 바라고 살고 있다. 거리거리에 점쟁이가 앉아있는 까닭이 여기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아이들이 점쟁이 세 사람한테 물어 보았더니 다 문제없이 合格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며, 누가 보아도 그들의 실력에 부치는 大學 入學願書를 써 달라고 조르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요행을 바라는 不安期待가 이처럼 어린 소년들의 마음까지 침식하고 있는 것이다.

 

 五月新綠에 찬사를 보내고 푸른 하늘과 꽃을 노래하던 時節은 까마득한 옛날인 것 같다. 素月는 이미 소녀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지 않는다. 어느 틈에 우리는 아름다운 것을 보고서 아름답다는 말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착하다는 것은 병신의 代名詞, 올바른 말을 잘못 했다간 큰일 난다. 어설프게 義理를 찾다간 요새 세상에 무슨 말라빠진 義理냐고 반박을 받는다. 서로의 不信은 여기에 더 한층 부채질을 하고, 貧困은 사람들을 점점 더 비굴하게 만드는 것이다.

 

 한 결 같이 곧고 고은 것을 자랑하던 우리의 性品이 어느 틈에 비뚤어지고 만 것 같다.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 얼굴에서 사랑스러운 미소를 찾아보기 힘들다. 매일같이 아침저녁으로 이용하는 버스에서 차장과 싸우는 사람들은 많다. 보았지만, 차장의 수고를 고맙다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보지 못했다. 한 마디 고맙다는 말과 한 마디 칭찬의 말 속에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마력(魔力)이 있는 것을 모른다.

 

 에일大學의 유명한 英語敎授 펠프스(Phelps)가 어느 무더운 여름날 기차여행을 했다고 한다. 점심때가 되어 식사를 하려고 열차 식당 칸으로 갔다. 그날은 유별나게 무더운 여름날이었던 모양이다.

 『오늘 같은 날엔 부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고생이 굉장하겠군.

 식당차 스튜어드로부터 메뉴를 받으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스튜어드는 깜짝 놀란 표정을 띄우며,

 『식당에 오는 분들은 모두 식사가 나쁘다는 둥, 서비스가 나쁘다는 둥, 더워 죽겠다는 등 하며 不平들만 하십니다. 부엌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同情해 주시는 분을 만나 뵙는 것은 十九년 만에 처음입니다.』 

하고 황송해하며 말하더라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 사람들의 感情이 메마른 것이 비단 우리나라만은 아닌 모양이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나라뿐이든 그렇지 않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人間으로서의 좀 더 진지한 相互理解이다. 이것만 있으면 지금 우리의 눈을 흐리게 하고 있는 不信의 장막이 걷혀질 것이라고 믿는다.

 

 어찌하여 우리는 남을 칭찬할 줄도 모르고 남의 칭찬을 받을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眞實된 찬사가 흔히 조롱으로 誤解받는 수가 많다. 그것을 한 마디고맙소!라는 말로 받아들이기엔 우리의 마음이 너무나도 비뚫어져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것과 참된 것과 착한 것을 잘 알면서도, 그것을 멀리 하고 살아야 하게 된 것을 모두 우리의 빈곤의 탓이라고만 하여야 하겠는가.

 

 이른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올바른 말을 하려는 젊은 사람들을 <반대자><불손>이다 하는 이름으로 꼭 짓밟아야 속이 시원한 것인가. 활짝 마음의 창문을 열고 그들의 말을 들어 줄 아량을 가질 수는 없을까.

 술 취한 사람들처럼 우리의 감각은 모두 마비되어있다, 마비된 감각으로 옱은 것과 그릇된 것을 분간하지 못한다. 차츰 짙어 갈 綠陰이 우리의 이 마비된 감각을 조금이라도 고쳐 주었으면 싶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