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6일(수) 새벽:
추석 연휴 마지막 날 평소보다 이른 새벽, 잠에서 깨어나며 어제 상하동 풍창부부인 묘소에서 마주친 부인이 묘의 주인이신 인현왕후의 어머님, 부부인 조씨라는 강한 영감(靈感)이 몸에 휩싸이며 더 이상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중고교를 같이 다닌 친구로 민중식군이 있습니다. 장신(長身)에 머리가 좋고 선풍(仙風)까지는 모르겠지만 흰 피부 옥골(玉骨) 풍채를 지녀 왕비, 황후를 배출한 민씨 가문 직계후손은 저런 외모구나 라고 학생 시절부터 생각하곤 하였습니다.
9월 25일 참배 출발:
LG그룹 임원으로 은퇴한 중식군과 일주일에 한번은 고교 산악회모임에서 만납니다. 내가 용인 산하를 누비는 것을 아는 중식군이 어느 날 본인이 인현왕후 모친이신 풍창부부인의 후손이며 묘소는 용인시 상하동 명당에 있다고 알려주기에 마음속에 새겨두고 있다가 추석 다음날 9월 25일(화) 참배에 나섰습니다.
마을 장승:
수지와 용인을 운행하는 690번 버스를 인정프린스 버스승차장에서 하차, 흥국생명연수원 들어가는 1차선 길 들어서면 ‘풍수의 법은 물을 얻는 것이 으뜸’이라는 말처럼 상하천이 흐르고 있으며 마을 입구에는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장승 한 쌍이 신비로움을 연출합니다.
용인은 인구 1백만에서 150만을 지향하는 도시이지만 도농복합 특성상 일부 마을에서는 여전히 동신신앙(洞神信仰)의 오랜 전통이 있어, 마을 입구의 장승을 대상으로 장승제를 올리기도 합니다.
민재궁 마을:
변화는 하고 있지만 아직은 농촌 분위기 속 약 750m 걸어 들어오니 흥국생명연수원 입구에 용인시 향토유적임을 알리는 풍창부부인 조씨(豊昌府夫人趙氏) 표시가 걸려있습니다. 비, 바람에 너덜거려 방향표시를 인식할 수 없었습니다.
한 눈에도 옛날에는 우물터였을 것으로 보이는 공동 수돗가에서 나물 다듬는 아주머니에게 부부인묘 물어보니 오른쪽 마을 안에 경로당이 있으니 거기서 물어보라고 하여 세월의 흔적 고스란히 이고 진 150m 골목 올라가니 ‘민제궁 경로당’은 있으나 인적은 없었습니다.
민제궁이라는 마을이름으로 보아 인근에 묘소가 있을 거라 추측하여 개 짖는 소리 요란한 산자락 누볐지만 허사였고 텃밭에서 일하는 중년에게 물어봐도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오기에 민중식군에게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니 내려와서 연수원으로 들어가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민재궁이란 이름은 숙종의 계비(繼妃)인 인현왕후(仁顯王后 1667~1701)의 부친, 여양부원군 민유중(閔維重1630~1687)의 아내(繼室)로 인현왕후의 8살 위 친정어머니가 되시는 부부인 조씨(1659-1741) 묘에서 유래되어 ‘민제궁, 민재궁’ 으로 호칭되고 있습니다.
왕의 장모이신 부인의 관(棺)에 재궁(梓宮)이란 호칭을 붙여 상하4통 마을 명칭이 ‘민제궁 마을’이 되었습니다. 전에는 마을에 민씨 후손도 살고 있었으나 지금은 이주해 나가 대부분의 주민들이 마을 이름 유래를 모르고 있는 셈입니다.
일제 시절 교황의 사절인 마렐라 대주교를 설득하여 경성교구장에 일본인 대신 한국인 노기남이 임명되도록 한 오기선(요셉 1907~1990) 신부님이 민재궁에서 출생한 인연도 기억하고자 합니다.
풍창부부인 조씨묘:
흥국생명 연수원입구에서 약 300m 일직선으로 들어오면 내부도로 우측에 흥국생명연수원 석비가 있으며 좌측 숲 사이로 숨어있는 나무계단 오르면 용인향토유적 제9호인 묘역(기흥구 상하동 산46-32)에 쉽게 들어섭니다.
위쪽에는 풍창부부인 묘가 모셔져있고 맨 아래는 식(植)자 항렬 묘가 있습니다. 부부인 묘소 인근에 명성황후의 오라버니로 대원군에 맞서다 폭사한 민승호(閔升鎬) 묘도 있었다고 하니 이곳에 모신 분들이 여양부원군 민유중 직계임을 알 수 있습니다.
83세 천수(天壽) 누린 풍창부부인 조씨묘는 용인에서도 손꼽히는 명당의 하나라고 합니다. 뒤와 좌우로 나지막한 멱조산(覓祖山)이 찬바람을 막아주고 앞으로는 영물(靈物) 거북바위가 지키는 부아산(負兒山) 줄기가 양지 볕을 몰아주니 마을 앞 물 줄기와 배산임수를 이룹니다.
여주 감고당(感古堂) 여양부원군 민유중(閔維重 1630~1687) 부군 묘 옆에 모시지 않고 지관의 강권이라지만 용인 땅에 따로 모셨다니 권세가(權勢家) 영화가 궁하지 않았는데도 명당 찾는 궁(窮)함이 극(極)했습니다.
높은 벼슬지낸 남정네 양반처럼 장방형 높은 당당한 비석과 시비와 선악을 판단한다는 상상의 동물 해태(해치 獬廌·獬豸)가 상석을 받치고 있는 보기 드문 묘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안내판 긴 설명보지 않아도 피장자의 신분이 범상치 않음을 보여줍니다.
요즘은 부부인을 ‘민재궁마마’ 라고 존칭하며 재물 올려 치성 드리는 무속인들 숭배 대상이기도 합니다.
근거: 무향신당(舞香神堂) 2015. 11. 30 민재궁선황 https://blog.naver.com/bea8847/220554945110
멱조산(覓祖山):
참배를 마치고 며느리가 할아버지(祖)를 찾았다는(覓) 전설의 멱조산(250m) 산행에 나서는데 부부인 묘소 뒤 풀밭에 등산로 흔적이 보이며 아주머니 홀로 도토리를 줍고 있었습니다.
아주머니에게 ‘이리 가면 되냐?’고 하니 말없이 살짝 웃으며 보여주는 기품어린 희고 밝은 얼굴은 도토리 탐내 산을 해맬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참 귀한 얼굴 산속에서 만났다 생각하며 돌아선 아주머니 뒤로 “도토리 줍기 하세요? 하고 한 번 더 물어도 여전히 대답은 없었습니다.
오솔길 등산로 올라가다 귀한 싸리버섯도 따고 민씨 묘로 보이는 또 다른 큰 산소 지나면서 부터는 등산로 자국이 없어졌지만 낮은 산이라 걱정하지 않고 리기다 숲 헤치고 나가니 흥국생명 연수생 훈련용으로 개설한 등산로를 만나, 정상에 오른 후 청주한씨 문중묘지로해서 천주교 상하 성모세성당으로 하산을 하였습니다.
꿈:
다음날 이른 새벽 이상한 영기(靈氣)로 깨어나며 어제 부부인 묘소에서 조우한 부인이 풍창부부인 조씨 영신(靈身)일지도 모른다는 염감(靈感)이 솟았습니다. 고인들은 꿈속에서 말을 하지 않으며 어제 부인도 한 마디조차 건네 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틀리기를 바랍니다.
일정:
11:05 인정프린스·흥국생명연수원 버스승차장 하차
11:18 흥국생명연수원 입구/0.75km
11:20~11:42 민제궁경로당/0.90km(민제궁 산자락 헤맴)
11:52~12:05 흥국생명연수원 석비 좌측, 풍창부부인 묘/2.03km
12:45 멱조산 능선(3갈래 길. 좌틀)/3.51km
12:53~55 멱조산 정상/4.04km
13:06 약수터 갈림길(좌틀)/4.69km
13:14 청주한씨 문중 묘/5.02km
13:27~43 상하 성모세성당(휴식)/5.86km
13:49 인정프린스·흥국생명연수원 버스승차장/6.22km
마을 앞 상하천:
옛날 부터 공동 우물터:
민제궁 마을:
흥국생명 연수원 입구로 되돌아와:
주차장으로 가지마세요!
흥국생명 석비에서 멈춰:
좌측 눈 여겨 보면 묘소로 연결된 나무계단!
상석아래 쌍 해태:
부아산 줄기(고압선 철주):
묘소뒤에서 채취한 싸리버섯(사진불량):
또다른 민씨 묘 부근에서 발자국 흔적조차 없어져:
리기다 소나무 숲을 헤쳐나오다 만난 등산로:
연수생들 극기 훈련 드럼통:
능선에 올라 좌틀:
고만고만한 멱조산 정상(250m? 표시석 없을만큼 정상 의미 무):
숲사이로 보이는 석성산:
멱조산 정상에서 화운사 1.9km:
화운사 반대인 풍림아파트방향으로(월드메르디앙apt 400m):
편안한 등산로:
약수터 방향 대신 좌틀_청주 한씨 문중묘 방향으로:
청주한씨 문중묘 앞 건너 보이는 쌍용아파트:
청주 한씨 제실:
인정프린스에서 시작한 산행경로(멱조산 우측은 동백지구):
동백지구에서 멱조산 능선이 잘 보입니다:
싸리버섯 시식 기념 친구들과 민중식군:
싸리버섯을 물로 씻으니 4접시 분량 남아:
주전자 물에 담아 밤새 독을 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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