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沃川旅行

沃川旅行(40): 문박골 향수길

맑은공기n 2018. 1. 29. 18:57

누구나 고향과 관련한 좋은 추억을 한 가지 이상은 갖고 있습니다.

 

옥천읍에서 군북면 소정리로 접어드는 첫 마을인 문박골은 대청호 오백리길 10구간을 걷는 사람들이 장계리를 가거나 이슬봉(454m)을 오르기 위해, 또는 대청호와 어울린 풍광을 찍기 위해 지나치는 20여 호 남짓 작은 산촌 마을입니다.

 

1953:

한국전쟁이 끝난 해인 1953년 만 6살 되던 해 가을, 어머니 심부름으로 네 살 위인 형과 함께 옥천 구읍(舊邑)에서 소정리(疎亭里) 문박골을 다녀온 추억이 강렬했기에 65년의 세월 흐른 20181월 문박골 향수길 6km를 다시 걸었습니다.

 

요즘이야 옥천시내에서 소정리 경유로 보은·안남·청산·청성·월외리를 운행하는 버스들이 문박골을 30분~50분에 한 대씩 지나가지만 50년대에는 자동차 길은 없었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준 소달구지 다니는 흙 길 뿐이었습니다.

 

6.25가 발발하자 서울, 대전이 함락됐고 옥천에도 북한군이 곧 들어온다는 소식에 이웃들처럼 우리 가족도 당시로서는 오지인 군북면 문박골로 서둘러 피난을 갔으며 북한군이 폐퇴하고서야 그해 가을 문정리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너무 어려서 그런지 문박골로 피난 갈 때와 돌아 올 때 기억은 전혀 없고 듣기로는 세 살짜리가 칭얼거리지 않고 먼 길을 잘 걸었다니 아마도 비상(非常) 분위기가 어린아이에게도 위기의식으로 전달되며 특별한 힘을 내게 한 모양입니다.

 

문박골을 기억하게 된 것은 그로부터 3년 후인 1953년 가을, 피난 갔을 때 방을 빌려준 농가 아기 돌 날, 형과 함께 선물 전달 심부름을 다녀오면서였으며 집을 나설 때 소풍가는 것 같이 신났던 기분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즐거움은 잠시 구읍 죽향리를 벗어나며 첫 번째 언덕을 오르니 동마성산(국수봉)과 마성산(깃대봉)사이 계곡 급류 옆 돌팍 흙길과 크고 작은 언덕들로 걷기가 힘들어지며 연속되는 언덕은 여섯 살짜리에게는 힘들게 넘어야 하는 두려움이었습니다급류 계곡은 나중에 현재의 교동저수지로 조성되었습니다.

 

그때 힘들었던 고통은 여전히 강하게 머릿속에 각인되어있습니다. 어렵게 문박골 잔치집에 도착하니 우뚝 솟은 이슬봉 산자락 소나무 무성한 작은 마당에 사람들이 모여 신명나게 떡메를 치고 마당보다 약간 높은 언덕에는 농가(農家) 대문이 보였습니다.

 

잔치집 들어가려 언덕을 또 올라야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형제를 알아본 집주인이 마당에 바로 잔치 상 차려주어 식사대접 받고 돌아 올 때는 다행히 구읍(舊邑)으로 가는 소달구지도 탈 수 있었지만 집에 돌아오자마자 대자로 누워버렸습니다.

 

언제가 어머니 생전에 그 이야기를 말씀 드리니 6.25 피난 간 세 살적에 잘 걸었고 심부름 보낼 때는 그 때보다 훨씬 더 자란 나이라 안심 했었다고 말씀하셔 과거를 회상하며 함께 웃었습니다.

 

2018:

대청호에서 불어오는 영하(零下)의 찬바람 맞으며 어릴 때 그 길이지만 이제는 포장된 도로 걸어 2시간 30분 만에 다시 찾은 문박골은 머릿속에 입력된 운치 있는 소나무 서있는 작은 공터에 잔치 준비로 북적이던 입구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소나무 무성한 마당에 사람냄새 대신 자동차길 황량한 공터에는 인적 조차없이  버스승차장 표시판 혼자 외로울 뿐으로 깊숙히 마을 뒷산 이슬봉 허리에는 새로 개설한 37번국도(옥천~보은) 4차선 도로가 성벽처럼 길게 이어져 있었습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 보아도 추위로 꼭꼭 닫은 깨끗하게 정돈된 집들 뿐, 피난 갔던 농가를 찾을 수 없어 실망스러웠지만 발길 닿는 데로 오르락내리락하다 마을 앞뒤에 도로가 생기며 특히 초입(初入) 분위기가 크게 변한 것을 차츰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은 강처럼 흘러 하늘의 달처럼 멀리 있는 과거의 기억에 현재를 일치 시키려 하였으니 농가 위주에서 전원주택(田園住宅) 주거지역으로 바뀐 문박골에서는 당연한 허사(虛事)였습니다.

 

문박골 이름 유래:

문박골은 옥천군 군북면 소정리(疎亭里)의 한 자연부락입니다, 소정리(疎亭里)라고 부르게 된 데에는 조선시대 연일정씨(延日 鄭氏) 문중의 정지하(鄭之河)선생이 마을앞 금강(현 대청호)를 소강(疎江)이라 하고 나루터 강가 절벽에 구모정(求慕亭)이란 정자를 지으면서였습니다.

 

소정리 문박골과 소태골 앞 금빛 모래 반짝이던 함티와 군북초교가 대청호로 수몰되기 전에는 그냥 물을 마셔도 될 정도로 맑은 물이 멈춘 물박골(水泊谷)이 차츰 문박골로 변했을지 모른다고 생각해 보았지만 으로 변하는 옥천 사투리는 없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문박골(바위)이라는 한자와 토속신앙의 관련이었습니다. 지역 어귀에서 대문 역할을 하며 서 있는 문(), ‘바위의 변화형, ‘은 골짜기 마을이니 문박골은 신령한 큰 바위가 지켜주는 골짜기 마을이란 뜻에서 유래했다고 추측했습니다.

 

마을에 큰 바위는 없었지만 마을 앞과 뒤로 국도를 만들 때 파괴되었을 수도 있고 문박골 바로 전() 국원리 점집과 돌장승, 문박골 마을 나무 장승에 더해 소정리의 전통인 대보름 당산제가 이웃 소태골에서 오랫동안 열린 사실로 보아 토속신앙과의 연관성이 엿보였습니다.

 

향수(鄕愁):

이번에 걸은 옥천 구읍(舊邑)에서 문박골, 장계관광지로 가는 성왕로(37번국도)는 옥천 향수 100리 자전거 길로도 유명하지만 4월이 되면 흐드러지게 핀 벚꽃 도보 여행길과 드라이브 코스로도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동마성산(국수봉)과 마성산(깃대봉)사이 계곡 급류를 가둬 조성한 교동저수지부터 문박골, 장계리까지 도로변에 옥천분들이 정성껏 가꾼 수령 30여년 벚나무 긴 행렬은 4월에는 화려한 벚꽃 터널의 장관을 선사합니다.

 

꽃피는 봄날은 물론, 비바람 치거나 추운 겨울이라도 교동저수지 뚝에 앉아 마성산을 배경으로 잔잔한 수면, 65년 전 힘들게 넘은 첫 번째 언덕아래 펼쳐지는 정지용 시인의 생가와 모교 죽향초교를 품은 시간이 멈춘 곳, 구읍(舊邑)을 바라보면 시(詩) _ '향수(鄕愁)'의 배경과 정취가 공감됩니다.

  

일정:

10:20 구읍출발(춘추민속관)

10:35 교동저수지/1.15km

11:02 군북면경계/3.13km

11:12 새강변가든/3.85km

11:28 신촌(마성산 등산로 입구)/4.96km

11:38 국원삼거리/보건지소.청풍정 갈림길/5.68km

11:49 문박골/6.08km

12:21 구읍행 시내버스탑승 

12:29 옥향아파트 하차.구읍 일주(정지용생가/춘추민속관/죽향초교) 

 

                                                                       출발:  문정리 춘추민속관

 

                                                                            목제 계단을 설치한 첫번째 언덕

                                                          첫번 째 언덕(교동 저수지)에서 구읍 조망

                                                                        정지용시인의 고향 구읍

                                                                           얼어붙은 교동저수지

교동저수지 벚나무 데크길

                                                                 향수100리 벚나무 자전거길

                                                                          국원리 늘티 돌장승 

                                                                       새강변가든: 인삼메기탕이 별미

                           

                                                             벚나무 길 휘돌아 언덕 오르면 문박골

                                                                문박골 버스승차장

                                                                          문박골

 

                                                               문박골 목장승

                                                                                    이웃 소태골

                                                                     대청호에 수몰된 부분(함티.군북초교)

                                                                                다시 구읍으로

 

                                                                   죽향초교 구교사

                                                               죽향초교 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