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沃川旅行

沃川旅行(38): 서마성산 종주

맑은공기n 2017. 12. 18. 18:39

 

2017. 12. 15() 최저 영하

 

정유년(丁酉年) 한 해 지나가기 전 옥천읍 서부를 병풍처럼 감싸는 마성산을 오르기 위해 사목재(士目峴 350m)에 섰습니다. 옥천 산에 올라 시가지를 바라보면 언제나 마음은 맑아지고 푸근해집니다.

 

산행을 시작한 사목재 고갯길은 오래전 옥천 군서면 사람들과 충남 금산 사람들이 옥천읍 장을 보러 오가던 길로 많은 산악인들이 즐겨 찾는 천성장마(천태산·대성산·장령산·마성산) 26km 산줄기 가운데 장령산과 마성산의 분수령(分水嶺)입니다.

 

사목재에는 옥천읍 삼청리와 군서면 금천리를 잇는 왕복 1차선 임도가 개통되어 자동차로 오르면 마성산(西馬城山 510m)이나 장령산(長靈山 655m) 빠른 산행도 가능하지만 s자로 굽은 길 응달엔 눈이 깔려있고 공간이 협소해 차 돌리기 어려운 점은 감안하셔야겠습니다.

 

산행은 처음부터 숨이 막힐 정도로 가팔랐습니다. 옥천 산들의 특징이 크게 높지는 않아도 경사가 있어 시작부터 숨은 가쁘지만 어려운 구간을 통과하면 최상의 조망을 누릴 수 있습니다. 봉우리들을 오르고 내린 65분 만에 삼국시대 신라 산성의 흔적과 돌탑들의 영적(靈的) 분위기 뒤섞인 마성산 정상; 마성산성에 닿았습니다.

 

옥천에는 마성산이 세 곳이나 있습니다. 옥천읍 교동리·수북리 뒷산 마성산(409m 깃대봉)과 구읍(舊邑) 죽향리 뒤쪽 산 역시 마성산(335m 동마성산·국수봉)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세 번째 마성산이 오늘 오르고 있는 옥천읍과 군서면 경계에 있는 산(510m 마성산성 *서마성산은 비공인표기)로 지도에는 세 곳 모두 '마성산'이라 표기되어 있습니다.

 

마성산(馬城山)이란 이름의 어원을 찾기 위해 자료들을 찾아보았지만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산 모양이 말 모습을 닮았다는 글을 어디서 본 듯도 하지만 수긍하기 어렵고 삼국시대 옥천이 신라·백제의 접경지역으로 당시로는 중무장 병사인 마병(馬兵)들이 주둔하고 있는 중요한 성이라는 의미라고도 추측(推測)해보았습니다.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충북 남부인 옥천은 원삼국시대(原三國時代마한(馬韓)의 옛터였기에 마한의 성이라는 의미로 마성산(馬城山)이라 불려왔을 수도 있습니다. 동이면 청마리 탑신이나 양수1구 선낭당(서낭당)과 산행 내내 마주친 요즘 세운 돌탑들에서도 면면히 이어져온 마한의 민속신앙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마성산성 헬기장에서 컵라면과 커피로 몸을 녹이며 휴식을 취한 후 북쪽으로 능선을 타고 망지미고개를 지나 동평산성(東坪山城 405m)에 도착했습니다. 군서면 동평리에서는 불과 1km 거리인 동평산성은 옥천의 산성 중 비교적 성의 형태가 잘 보전되어 있다고 하며 군서면 분들이 매년 해맞이 행사를 하는 곳입니다.

 

다시 동평산성을 뒤로하고 정확히 20분지나 작은 공터에 삼각점이 있는 용봉산성(龍峰山城)에 닿았습니다. 사목재부터 용봉(龍峰 437m)까지 봉우리들을 오르락내리락 70대 노인 힘은 거의 빠졌지만 용봉 꼭대기는 가리는 나무가 없어 거침없는 조망이 일품이었습니다.

 

옥천 시가지를 이룬 옥천분지(沃川盆地)를 둘러싸고 북쪽으로 동마성산(국수봉), 마성산(깃대봉)과 동쪽으로 동이면 탑산(531.6m), 남쪽으로 이원읍 월이산(551.1m)등 옥천의 명산들이 고스란히 조망됐습니다. 더 멀리로는 영동 삼도봉이나 민주지산, 김천의 황학산등도 보인다고 하지만 제 짧은 산행, 지리실력으로는 구별 할 수 없었습니다.

 

부지런한 옥천향토사연구회가 세운 안내판과 표지석을 뒤로 하고 북쪽 능선으로 20분을 내려가 돌탑 지나 쌍벤치에서 오른쪽 오솔길로 산악회 띠 따라 내려오니 잘 단장한 묘 앞으로 해서 옥천읍 양수리 546 전원주택 앞으로 하산하였습니다.

 

양수1구 서낭당과 가화리 지하차도 지나 옥천역까지, 금천리에서 시작한 12.9km 걷기는 끝났지만 산행 내내 아쉬웠던 점은 역사 이야기 가득한 마성산에 동평산성 성재(?) 갈림길 이정표 이외에는 옥천향토사 연구회가 세운 안내판과 표지석, 앞서간 산악인들의 산행띠가 길잡이 전부였습니다.

 

옥천군청에서 사목재, 전망바위, 망지미고개, 성재, 양수리 하산로 등 요지에 역사적 사연과 함께 이정표를 세워 산행하시는 분 들이 옥천의 역사와 선인들의 발자취, 숨결을 느끼도록 도와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일정: 만보계

09:50 옥천역 시내버스 터미널 금천리행 버스출발

10:14 금천리 금천교 하차/0.0km

10:49~10:54 사목재/1.66km

11:58 마성산성.헬기장/2.09km

13:35~13:45 작은헬기장/6.58km

14:04 동평산성/7.55km

14:24~14:30 용봉산성/8.57km

14:50 쌍벤치.양수리로 하산 오솔길/9.69km

15:07 하산완료.양수리 546/10.6km

15:30 가화지하차도/12.39km

15:37 옥천역/12.9km

   

 

                                                                               첫번째 돌탑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