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沃川旅行

沃川旅行(16): 장령산 · 서화천 이지당

맑은공기n 2017. 1. 29. 17:13

중봉(重峰) 조헌(趙憲 1544~1592) 선생은 임란(壬亂) 의병장이시며 학자로 옥천의 아홉 절경을 노래한 율원구곡시(栗原九曲詩)를 남기셨습니다. 선생이 읊으신 율원(栗原: 밤나무 언덕)구곡따라 옥천군 장령산 금천계곡(1곡 금천)과 서화천을 S자로 휘돌아 금강으로 합류하는 지점에 이르기까지 절경인 장령산(2곡 장현봉)을 오르고 대청호5백리 8구간 이지당(3곡 임정)에서 걷기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1) 금천천(金川川)

400여년전 조헌 선생이 아름다움에 취해 걸으신 길, 하얗게 쌓인 눈길이 순결한 장령산 휴양림입구에서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옥천제일 장령산과 충남제일 서대산 사이 협곡인 금천계곡은 조헌선생이 노래한 금천(錦川)이란 명품(名品)이름은 사라져 버리고, 금이 생산 되었다고 하여 금천리(金川里) 금천천(金川川) 금천계곡(金川溪谷)이라 불립니다.

 

강추위로 물과 바위들이 엉켜 얼어붙어 선생이 읊은 맑게 흐르는 물은 볼 수 없었지만 금천계곡에 가재가 많아 주렁주렁 달려 나왔고 망치로 바위를 치면 진동 충격으로 물고기들이 기절 하고 그걸 줍는 재미가 쏠쏠했었다.’는 옥천 토박이의 어린 시절 회상이 떠올랐습니다.

 

율원구곡시(栗原九曲)

1곡 금천(錦川)

일곡창강유소선(一曲滄江有小船): 일곡이라 푸른 강에 작은 배 떠 있는데,

발원남악작장천(發源南嶽作長川): 남쪽 산에서 발원하여 긴 강을 이루었네.

서귀금록인귀해(西歸錦麓因歸海): 서쪽으로 금강 기슭을 돌아 바다로 흘러들어가

벽랑응통주사연(碧浪應通洙泗烟): 푸른 물결은 응당 수사의 안개와 통하네.

 

2) 장령산(長靈山 656m)

금천계곡을 잇는 제2 출렁다리를 건너 왼편으로 돌아 ‘1코스 시작점에서 산행을 시작하였습니다. 해발 656m의 장령산은 크게 높다고 할 수 없지만 급경사 이룬 암산(岩山)으로 산행 초입부터 오르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런대로 천천히 쉬엄쉬엄 오르다 정상 30분을 남기고 부터는 깊게 쌓인 눈이 등산화 발목까지 잠겨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가쁜 숨 몰아쉬며 힘들게 올라야 했습니다.

 

장령산 정상은 숲이 우거져 사방으로 통하는 시원한 풍광 없이 숲 사이 틈새 전망만 있었습니다. 옥천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장관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정상에서 1.0km 거리 장령정으로 능선타고 오르락내리락 가야하는데 드물게 운행하는 버스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도 그렇고 더 이상 눈길 산행도 힘들어 아이젠을 차고 원점회귀 하산, 마지막 500m 구간은 뛰듯이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출발 5분 전이었습니다.

 

장령정 전망과 CNN2012한국의 아름다운 50에 포함한 용암사(龍巖寺)’를 놓쳤지만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이온과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피톤치트를 듬뿍 받으며 장령산 바람과의 대화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으니 만족했습니다.

 

2곡 장현봉(峴峰)

이곡초요장현봉(二曲峴峰): 이곡이라 높디높은 장현봉

천암만학담추용(千巖萬壑淡秋容):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 가을 기운 맑아라

서대망료인첨북(西臺望了因瞻北): 서대산을 바라보다 북쪽을 바라보니

면상봉래취만중(緬想蓬萊翠萬重): 만 겹의 봉래산 푸른 봉우리 생각나네.

 

3) 옥각리·이지당(二止堂)

금천리 종점에서 탑승한 옥천버스를 옥천삼양사거리(=삼양삼거리)에서 하차, 대원군척화비를 살펴보고 삼거리 벼루(절벽)’아래 군서교 오른쪽으로 경운기 한 대 겨우 다니는 소로(小路)로 들어섰습니다.

 

앞으로는 고리산을 바라보며 왼쪽으로는 대청호 상류 맑은 서화천(소옥천) 끼고 옥각리 옥성교회 옆 야트막한 산기슭 잡목 사이로 훌쩍 솟아 있는 옥천 5대 보호수 하나인 400년 은행나무도 감상했습니다. ‘조선 말엽 이 은행나무가 목재로 쓰기에 좋은 품질로 확인한 목재상이 나무를 베기 위해 벌목을 시도한 순간 나무에서는 요란한 곡성이 나와 벌목은 중단되었고 그 목수는 3개월 후에 결국은 죽었다는.’ 신비한 전설이 은행나무를 외경으로 쳐다보게 하였습니다.

 

은행나무를 뒤로하고 옥각리에서 이지당으로 넘어가는 낮은 언덕길에는 흙·돌 범벅 쌓은 담장 안에 이끼 낀 고목나무 한그루 옆 뒷마당 장독대 항아리 손때가 사람이 살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금방 무너질 것 같은 낡은 스레이트 지붕 얹은 황토 집은 540여년전 옥()같은 서화천 끼고 형성된 봉화 금씨, 순흥 안씨 집성촌, 옥각리(玉覺里)의 한()을 들려주고 싶어 하는 듯 했습니다.

 

근대와 조선시대가 교차하는 고요한 옥각리 마을을 벗어나 맑은 시냇물 갈대 덮인 서화천(西華川·小沃川) 병풍바위에 그윽하게 자리 잡은 오늘의 마지막 목표 이지당에 도착했습니다. 대청호5백리 시그널을 확인하고 62년 전 옥천 죽향초등학교 2학년 이지당 봄 소풍을 한동안 추억하다 옥천 하수처리장, 충청북도지정 과학체험학습장을 지나 이백리(백석)정류장에서 607번 대전행버스를 타고 일정을 끝냈습니다.

 

삼양삼거리에서 서화천 따라 옥각리 마을 지나 이백리 이지당 가는 길은 웅장하거나 화려한 절경은 아니지만 알려지지 않은 어머니 품같이 아늑하고 소담한 걷기 좋은 길입니다.

 

3곡 임정(林亭)

삼곡임정소사선(三曲林亭小似船): 삼곡이라 숲속의 정자 배와 같이 작은데

일린모옥자하년(一隣茅屋自何年): 띠풀집 한 채 언제부터 있었나?

인휴조율정신양(棗栗呈新釀): 사람들이 대추와 밤, 새로 담근 술 가져다주니

노수풍류이역련(老守風流爾亦憐): 늙은 태수의 풍류 그 또한 아름다워라.

   

율원구곡 발굴.번역: 이상주 박사 

 

일정:

09:50 옥천시내버스터미널 금천리 방향(월전리 경유) 버스 출발

10:20 장령산휴양림

10:46 2출렁다리

10:50 등산로1코스 입구

12:17 장령산 정상. 휴식

12:37 하산시작

13:26 등산로1코스 입구 원점회귀

13:45 금천리 버스종점

14:10 삼양사거리(삼양삼거리)하차

14:33 옥각리

15:00 이백리 이지당

13:25 환경소앞 시내버스정류장.

8분 대기했으나 607번 버스 정차 하지 않고 통과.

15:45 이백리(백석) 버스정류장 607번 대전행버스 탑승

 

대중교통:

옥천시내버스터미널 금천리(장령산)버스 출발: 06:50 09:50 13:10 16:20 18:40

금천리 출발 옥천행: 07:20 10:30 13:50 17:00

 

환경소앞 정류장에서 대전을 오가는 607번 버스(선진여객)를 대기했으나 정차하지 않고 그대 로 통과해서 한 정거장 10분 더 걸어 이백리(백석) 정류장에서 다음 버스 탑승.

607번 기사 해명: ‘환경소앞 정류장은 옥천시내버스만 정차하며 대전~옥천 광역버스는 정차 하지 않고 짐이 많거나 노인의 경우 기사 재량으로 승·하차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