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沃川旅行

沃川旅行(21): 효자 정재수 묘에서 옥천·상주 팔음산

맑은공기n 2017. 2. 6. 12:28

보청천 수면 위로 부서지는 햇살과 한들거리는 억새, 그리고 뒤로는 겨울옷으로 갈아입은 산,잔잔한 물 위로 가끔 튀어 오르는 물고기들이 법화리로 달리는 버스에서 내려 조용히 앉아 커피 한잔 벗 삼아 오래도록 바라만 보고 싶어지는 초겨울 여울 길 풍경 이었습니다.

 

효자 정재수 묘:

옥천군 청산면 법화리에서 버스를 하차, 보은군(報恩郡) 마로면 갈전리로 넘어가는 마루목재는 지금은 깔끔한 아스팔트 포장길이지만, 1974년 소년 정재수가 이 고개를 넘다 죽은 후로 효자고개라는 이름을 얻었으며 그 당시에는 마을에서 고개를 넘어가려면 꽤 험하고 거친 길이었다고 합니다.

 

섣달 그믐날 상주(尙州) 살던 10살 정재수 소년은 설 쇠러 보은군 마로면을 지나 옥천군 법화리에 있는 큰댁에 아버지와 가는 길; 눈은 무릎까지 쌓이도록 많이 오고 술 취해 눈밭에 쓰러져 잠든 아버지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옷으로 아버지를 덮어드리며 살리려 애쓰다 함께 죽은 가여운 모습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경북 상주시와 충북 옥천군에 주로 걸치지만 보은군 까지도 줄기가 일부 뻗치는 팔음산(八音山) 자락에 효자고개는 있으며, 정재수 효()기념관은 상주시 화서면 사산리 구()화산초교에, 묘와 비석은 사망한 자리인 효자고개 아래 충북 보은군 마로면 갈전리에 있어 많은 추모객들이 찾아오고 제가 탐방한 날도 옥천 중학교 40여명 학생들이 교장 선생님과 교사들 인솔로 효()교육 차원에서 묘를 참배하고 있었으니 소년의 죽음이 헛되지만은 않았습니다.

 

법화리에서 명티리:

갈전리 정재수 묘를 둘러보고 다시 법화리로 돌아와 명티리로 넘어가는 마을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담장에 겨울 땔감으로 장작을 쌓아놓은 양철지붕 집과 길 주변 헐벗은 낙엽송 무리, 큰 나무 꼭대기에 매달린 까치집들은 겨울로 가는 풍경을 더욱 깊게 하였습니다.

 

숯골 마을과 소가 엎드린 모습 이라는 복우실 마을을 지나 명티리로 넘어가는 고갯길은 소에 한 짐 걸리거나, 지게 잔뜩 지고 장보러 가던 마을 사람들 모습이 상상되는 두메 산촌 길로 혼자 걸으면서도 피로를 모를 만큼 운치가 있었으며 법화리에서 한 시간 정도 걸어 명티리에 도착하였습니다.

 

명티리에서 팔음재:

충북 옥천과 경북 상주의 도계를 이룬 해발 762m의 팔음산은 과거 흑연광산으로 유명했던 산으로 광부들 월급날이면 청산장, 옥천장까지 들썩였을 정도였고 광부들이 주로 살던 산골마을 명티리는 술집들로 흥청거리고 비싼 향나무로 집을 지어 살 정도로 풍성했었다고 합니다.

 

명티리에서 해발 500m 팔음재(큰곡재)까지는 고도를 서서히 높이는 구간으로 직선이 아니라 산자락 따라 빙그르 돌며 길이 나있어 고갯마루 팔음산 등산로 입구까지는 급경사 없이 고개를 오르다 잠시 쉬다가를 반복하였습니다.

 

팔음산 너덜;

8가지 이상의 짐승들의 울음소리가 들려 팔음산(八音山)이란 이름을 얻었다고도 하듯이 아직도 멧돼지 들이 서식하고 있으며 건강한 포도를 위해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아랫마을 평산리 포도농가에는 후각이 발달한 멧돼지가 내려와 포도를 먹고 가는 피해도 발생하며, 팔음재(큰곡재) 좌우로 상주시와 옥천군의 수렵허가표시판도 있어 산행 내내 긴장하였습니다.

 

고갯마루에서 등산로 입구 표시판을 따라 본격적으로 팔음산을 오르면서 두 차례 패광석 너덜을 지나면 길 왼쪽에 묘지가 나오는데, 여기서 묘 뒤편 오른쪽으로 올라야 하며, 묘 앞 임도 따라 직진하면 등산로가 없어지니 주의 하여야 합니다.

 

나름대로 오랜 산행 경험 중 처음 겪어보는 위·아래 너덜 사이 어렵게 개설한 좁은 임도를 통과하며 펼쳐지는 아래 골짜기로 길게 뻗친 음산한 풍경과 옛날 광부들의 피땀 어린 흔적인 폐광석으로 쌓아 올린 기념석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한층 더했습니다. 너덜을 통과하며 이곳에서 사망 하거나 부상으로 고통받은 광부들을 위해 잠시 길을 멈추고 마음속으로 기도를 올렸습니다.

 

팔음산 정상:

묘지 앞에서 임도 따라가면 우회할 수 있는 길이 나 있는 것 같아 무심코 진행하다 임도가 없어져 다시 묘지로 되돌아 나오느라 약 10여 분정도 시간이 지체 되었지만, 묘지 뒤로 부터는 정상을 향해 거의 일직선 등산로로 경사는 급하지만 큰 어려움은 없이 정상까지 빠르게 접근이 가능했습니다.

 

등산로를 덮은 낙엽더미를 헤치며 오른 팔음산 정상은 바짝 메마른 나뭇잎 사이로 평산리가 살짝 보였지만 짙은 미세먼지로 전망이 거의 없고 바람까지 심해 정상석 사진 몇 장 만 찍고 바로 원점 회귀하여 평산리에서 산행을 종료하였습니다.

 

여행기 분류:

버스를 기다리다 평산리 밭에서 모닥불 쬐고 있는 머리 하얀 노여행객(老旅行客)에게 호기심이 발동한 50대 마을 주민이 다가와 어디서 왔냐 하기에 용인 살며 옥천이 외가고향으로 옥천 제1봉 팔음산 산행 다녀왔노라 했더니 팔음산 정상은 상주 땅이라고 단호히 정정하여 주었습니다. 보은·옥천과 경북 상주에 걸친 여행기 제목을 영남여행(嶺南旅行)으로 정해도 무방하겠지만 윗글 '옥천여행(18): 팔음재'와 연속성을 위해 옥천여행으로 분류합니다. 

 

일정:

08:00 청산 터미널법화리·명티리 버스출발

08:20 법화리 하차효자고개 정재수 묘로 걷기시작

09:10 법화리 회귀숯골·복우실명티리로 출발

10:15 명티리 버스종점 도착/휴식

10:25 명티리 버스종점 출발

11:00 팔음재 팔음산 등산로 입구/수렵허가 표시판 도착/10분 휴식

11:10 산행시작

12:00 팔음산 정상

12:10 하산시작

12:40 팔음산 등산로 입구 원점회귀

12:44 팔음산 정자(주차장 유) 점심식사, 커피

13:10 정자 출발

13:35 상주 평산리 버스 정거장/걷기 끝

14:25 평산리상주 버스터미널 버스출발

15:15 상주터미널 도착

15:30 상주터미널동서울 버스 출발

 

팔음산 산행 만 할 경우:

a) 자가용으로 팔음재 또는 팔음공원에 주차 하고 등산

b) 버스로 옥천 청산에서 출발 명티리 종점 하차, 걷기 시작

 

청산법화리·명티리. 버스 청산출발시간(07:00 08:00 11:00 15:00 18:00 15)

   명티리청산. 명티리 출발시간(07:30 08:30 11:30 15:30 18:30으로 추정)

평산리상주 버스터미널 버스 출발 시간(오전 06, 오후 14:25 12)

 

대중교통 추천 스케줄:

    11시 버스 청산출발명티리 하차팔음재~산행.원점회귀평산리 14:25 상주행버스탑승

 

 

2016.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