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沃川旅行

沃川旅行(20): 옥천·상주 팔음재

맑은공기n 2017. 2. 6. 12:08

10월 어느 날:  

3월부터 시작한 옥천신문 여울 길 탐방에 올 들어 첫 출석이었지만 멀리 용인에서 새벽 기차타고 왔다고 환대하며 그동안 근황도 물어 주는 마음의 고향 옥천 분들이 고맙고 훈훈한 정이 가슴 깊이 전달됨을 다시 느꼈습니다.

 

옥천읍사무소에서 1시간을 달려 옥천의 동쪽 끝 청산면 삼방리 마을에서 버스를 하차, 옥천신문 이안재 사장님으로 부터 오늘은 걷기를 끝마치는 곳이 옥천 땅이 아니라 명티리 팔음산 고개 넘어 경상북도 상주시 화동면 평산리라는 일정 설명이 있었습니다.

 

가을 하늘은 맑고 높아 걷기 좋은 날 이었으며 상주로 넘어가는 팔음산 고갯길은 옛날 상주사람들이 물물교환을 위해 청산장(靑山場)을 오가고 경상도에서 충청도로, 그리고 충청도에서 경상도로 시집가는 새색시들이 정든 집 뒤돌아보다 눈물 바람에 넘은 고개였다고 합니다.

 

추수가 끝나가는 명티리 어디선가 콩대 타는 냄새는 6.25 전쟁 후 어린 시절 콩서리 향수를 자극하며 가을을 알리는 야생화(野生花)들은 저마다 고개를 들어 농염(濃艶)한 자기 색깔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인적 없는 폐가(廢家) 묵은 감나무 한 그루에 힘겹게 주렁주렁 매달린 감은 따가는 사람도 없어 까치밥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행이 넘고 있는 고개를 품은 팔음산(762m 八音山)은 일제강점기 흑연광산(黑鉛鑛山)으로 유명했던 곳 이였는데 지금은 폐광으로 한 많은 사연만을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명티리 주민들 대부분은 광부들 후손이라고 하며 일행 중 한 분 부친께서는 일제(日帝) 북해도(北海島)로 강제징용을 피해 이곳 광산에서 광부로 일하다가 갱도가 무너져 돌아가셨다고 해서 분위기가 숙연해졌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 오가며 올라선 해발 500m 팔음재 고개 마루는 높이가 있어 쉬엄쉬엄 올라야 했습니다. 고개 마루에서 오른쪽으로 오르면 팔음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 표시가 보이지만 일행과 벗어난 행동을 할 수 없어 다음에 산행(山行)으로 와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며 고갯마루에서 내려가니 경상북도 상주(尙州) 땅으로 들어섰습니다.

 

팔음산이 감싸주며 범죄 없는 마을임을 자랑하는 경상도 시골마을인 평산리에서 피곤한 다리를 쉬며 버스를 기다리다 하루를 함께한 옥천중학교 학생들의 희망과 꿈도 듣고 어른으로서 조언도 해주며 유명한 팔음산 포도도 맛보았습니다.

 

오늘 일정에는 강을 넘는 여울길은 없었지만 충청도 땅에서 경상도 오지 마을을 밟은 것만으로도 산뜻한 기분이었으며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이곳저곳 헤엄치듯 걸어 다니며 누릴 수 있는 건강과 의지를 받은 축복에 다시 감사드렸습니다.

 

일정:

충북 옥천군 청산면 삼방리~명티리~팔음재 ~ 경북 상주시 화동면 평산리 7.0km/ 3시간

 

교통_ 옥천신문사 제공

 

201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