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禮山旅行

禮山旅行(1): 행복한 예산, 한마음 농원의 추억

맑은공기n 2017. 1. 8. 17:59

2014년 4월:

 

70년대 초 예산 농원을 떠난 후에도 언젠가 다시 가보고 싶다는 마음속 생각을 잊은 적이 없었습니다. 전원생활이라는 소박한 꿈을 갖고 대학시절 _ 여름, 겨울 방학 때 마다, 그리고 졸업 후에도_ 젊은 시절 한때를 보낸 곳이 3만평 규모의 과수원인 예산군 오가면 역탑리 한마음 농원이었습니다

 

그 이후 인생의 방향이 선회 되었지만 오래전 그 곳 시골길을 걸으며 함께 한 들풀의 속삭임, 가지마다 하얗게 올라오는 배꽃의 순수함, 고무신 발길에 부딪힘이 부드러웠던 황토 흙길은 세월이 지나도 결코 잊을 수 없었기에 옛 추억을 찾아 나섰습니다.

 

추억 걷기일정: ‘예산역-오가초교-오가역-역말-오가면사무소-한마음농원-좌방리-삽교역

                              12km 걷기 (예산역-오가역 직선거리로는 8.79km)

 

먼지 풀풀 날리며 하루 대 여섯 차례 버스나 천천히 달리던 1차선 시골길이 왕복 6차선으로 포장되어 자가용부터 대형 덤프트럭까지 굉음을 내며 빠르게 달려 과거 조용했던 전원풍경과 너무나 달라진 주변 환경으로 농원입구를 찾는데 잠시 당황스러웠습니다.

 

기억을 더듬으며 농원입구를 들어서니 관리인 출타로 강아지 홀로 짖으며 객을 맞이한 40여 년 전 머물렀던 숙소는 퇴색 한데로 그 자리에 아직도 있었으나 농원 가득히 심어 비료주고 풀 뽑으며 정성껏 가꾸던 사과나무, 배나무, 복숭아나무들이 모두 뽑혀 나간 자리에 속살 들어낸 흙무덤의 황량한 풍경은 애써 인연 따라 찾아온 객을 쓸쓸하게 했지만, 조경석으로 둘러친 분위기 있는 연못으로 변신한 둠벙(연못)을 따라 한 그루 한 그루 심었던 나무들이 이제는 높게 자라 시원한 그늘을 만들며 오래전 흔적을 거기서 나마 찾을 수 있었습니다.

 

농원을 나와 삽교역으로 걸으며 좌방리를 지날 때 당시 시골에서는 드물게 시멘트(벽돌?)로 지은 양옥으로 길게 연결하던 등나무길이 멋스러웠던 옛날 인씨네(주인이 인씨 성인데 마을에서 그렇게 들 불렀슴) 과수원을 찾아보았으나 위치를 도무지 확인할 수 없었고 예산세무서가 이전해 자리 잡은 일대가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농원에서 삽교역까지 구태여 걸은 이유는 과거 생필품이나 농용자재가 필요한 경우 농원에서 예산읍 또는 삽교 시장으로 소달구지 끌고 오가며 익힌 주변풍광을 다시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는데 여기도 모든 것은 바뀌어 있어 한 시간이나 걸려 도착한 삽교역(수덕사역)은 장항선 직선화로 옮겼고 그  자리는 공터로 버려져 있었습니다.

 

이전해간 삽교역을 찾아 가느라 자칫 상경 기차를 놓칠 뻔 하였지만 그간 강산이 네 번이나 변했는데 과거 기억에만 집착한 저의 실수였을 뿐이라고 자책하였고 그래도 오늘 일정 중 한 두 군데에서라도 옛 모습의 일부나마 볼 수 있어서 다행 이었습니다.

 

 '행복한 예산'은 예산군 슬로건 입니다.

 

 

 

 

 

 

 

역탑리 마을풍경

오가면 초대면장 임영호 기념비_ 1904년 육군무관학교 졸업.  숙명여대 초대 총장 임숙재여사 부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