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대관령면 횡계리(橫溪里) 오목골에서 고루포기산 고도가 높아질수록 바람은 초가을의 것을 닮아갑니다. 한낮인데도 해는 숲에 가려지고 그늘진 오솔길 비탈에 숨은 가빠지니, 50년 전과 똑 같은 느낌입니다. 1965년 고루포기산(1,238.3m)과 옥녀봉(1,146m)을 잇는 능선에 개척을 시작한 고루포기, 암반데기 화전민촌(火田民村) 실태조사를 위해 온 게 1969년 가을 이었습니다. 식량난 겪는 나라가 산지 개발로 식량증산을 위해 시작한 화전농업 실태 점검을 k대 농업경제과 4학년 학생들이 맡았었습니다. 이춘성 교수님은 실태조사에 필요한 사전 교육과 화전민들을 도울 쌀을 여분으로 갖고 오라는 말씀만 하셨습니다. 등산장비 개념이 없던 시절이었기에 학생 30여명은 평소처럼 교복차림에 구두를 신고, 쌀은 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