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關東旅行

關東旅行(16): 고루포기산 · 고루포기 · 안반데기

맑은공기n 2019. 7. 3. 22:17

평창 대관령면 횡계리(橫溪里) 오목골에서 고루포기산 고도가 높아질수록 바람은 초가을의 것을 닮아갑니다. 한낮인데도 해는 숲에 가려지고 그늘진 오솔길 비탈에 숨은 가빠지니, 50년 전과 똑 같은 느낌입니다.

 

1965년 고루포기산(1,238.3m)과 옥녀봉(1,146m)을 잇는 능선에 개척을 시작한 고루포기, 암반데기 화전민촌(火田民村) 실태조사를 위해 온 게 1969년 가을 이었습니다. 식량난 겪는 나라가 산지 개발로 식량증산을 위해 시작한 화전농업 실태 점검을 k대 농업경제과 4학년 학생들이 맡았었습니다.

 

이춘성 교수님은 실태조사에 필요한 사전 교육과 화전민들을 도울 쌀을 여분으로 갖고 오라는 말씀만 하셨습니다. 등산장비 개념이 없던 시절이었기에 학생 30여명은 평소처럼 교복차림에 구두를 신고, 쌀은 봉투나 자루에 담아 안암동 교정에서 전세버스로 출발하였습니다.

 

홍천, 횡성에서 차량 수리로 시간을 보내고 대관령 스키장 부근 식당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식당 여주인이 학생들에게 본인 식당은 스키 타러오는 서울 부잣집 자제들이 단골손님들이라고 자랑을 늘어놓아 교복차림 순진한 학생들이 다소간 기가 죽은 기억이 납니다.

 

그 때 함께한 동급생들 중에 국세청 OO청장도 나왔고, 농협 OO사장, OO유업 대표이사 부사장도 배출했으니 스키 타러 돌아다니지 못하고 화전민 실태조사하려 강원도 산간 헤맨 우리 동기들이 인생을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입니다.

 

평창군청에서 지원 나온 직원이 인도하는 데로 이름 모를 개울에서 버스를 하차, 고루포기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군청직원 말로는 고루포기와 암반데기 화전민들이 횡계리로 출입하기 위한 유일한 통로가 고루포기산 이었다고 합니다.

 

인터넷으로 사전 조사해보니 그때 이름 모를 출발지가 오목골 같은 정황이라 횡계리에서 택시로(4,100) 오목골에 도착했습니다. 50년 전에도 버스가 들어갈 만한 비포장도로가 있었던 점과, 당시에는 없던 오목골 다리 아래 개울을 보니, 개울 건너 산행을 시작한 옛 기억이 떠올라 같은 출발 장소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50년 전 산을 오를 때의 느낌인 어두운 등산로, 정상까지 내내 가팔라 한 손에 쌀 봉투를 들고 헐떡거리며 오른 느낌 그대로 부합하니, 옛날 길 제대로 찾아왔습니다. 다른 거라면 구두신은 23세 청년에서 배낭매고 등산화에 스틱 들은 73세 노인이 되서 다시 왔을 뿐입니다.

 

정상에 올랐을 때는 고루포기산을 다시 오르게 해줘 고맙습니다.’라고 하나님에게 감사기도부터 먼저 올렸습니다. 정상석 뒤로해서 고루포기로 내려섰습니다. 50년 전 두 팀으로 나뉘어 1팀은 고루포기, 2팀은 안반데기로 가서 숙박하였습니다.

 

50년 전엔 출발이 늦어 어두워지는 길을 걸어 안반데기로 향했었습니다. 지금처럼 포장한 길이 아닌 구둣발에 자갈 채이는 투박한 산길이었으며 산지 개척을 위해 화전민들이 숲에 놓은 불길이 타오르고 짙은 연기가 저녁노을 속에 치솟는 아름답기 조차한 장면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흙벽에 나무껍질로 지붕을 이은 화전민촌에서 실태조사와 저녁식사를 하고는 금방 골아 떨어졌습니다. 저녁도 아침도 감자에 쌀이 살짝 붙은 식사를 내오면서, 쌀이 귀해 학생들이 가져온 쌀은 아껴 쓰려한다고 미안해하든 화전민 얼굴이 지금도 떠오릅니다.

 

고루포기에서 조사를 마친 팀과 안반데기에서 합류한 일행은 다음날 임무를 모두 마치고 다시 역코스로 고루포기산으로 해서 오목골로 하산했습니다다시 찾은 고루포기~암반데기 구간은 자동차 다닐 수 있는 포장도로 깔끔히 단장됐지만 화전으로 숲은 모두 살아져 그늘 없는 땡볕이 이어집니다.

 

지금은 운유촌(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이라 불리는 관광지 분위기로 재현한 화전민촌을 찬찬히 둘러보아도 여기가 그때 하룻밤 신세진 곳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60년대의 피곤하고 칙칙한 분위기는 조금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화전민촌이 발전하고 몰라보게 좋아졌으니 잘됐구나하는 한 편으로는, 그 때 그 시절 영상이 사라져 서운한 감정도 있었습니다. 50년 동안 마음속에 기억한 것과 달라 약간은 실망도 했지만 더 이상 가슴에 품고 그리워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묘한 안도감도 들었습니다.

 

운유촌에서 260m 거리 피덕령 고랭지 농촌문화관에서 커피한잔하고 횡계택시(033-335-5596)에 전화, 20분 만에 도착한 택시(21,500)로 횡계터미널로 돌아와 일정을 마쳤습니다. 콜비도 따로 받지 않고 미터로만 계산하는 택시기사님에게 미안해 미터기 요금보다 더 드렸습니다.  

 

일정: 휴식시간 포함

08:00 동서울터미널

10:25 횡계터미널 /택시로 이동

10:48 오목골 출발/0.0km

12:02~12:28 정상/2.81km

12:36 고루포기 접도(운유촌 방향표시)/??km

14:18 피덕령/7.61km

14:18~14:28 운유촌/7.87km

14:33~55 피덕령(고랭지농촌문학관)/8.13km

                 택시로 횡계터미널로 이동

 

고루포기산(1238m):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왕산리

고루포기·안반데기·피덕령 :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오목골:

다리넘어:

50년전엔 개울에 다리가 없었어요:

 

 

나리:

방향표시로는 오목골~고루포기정상 2.5km:

노루오줌:

어두운 깔딱 고개에 계단 설치:

백두대간등산로:

 

정상석 뒤는 고루포기로 내려가는 계단:

 

 

고루포기 내려가는 목계단:

정상에서 접도까지 8분:

차량통행 금지표시 줄:

고루포기:

 

암반데기 가는 길:

뒤돌아 본 고루포기 산과 고루포기:

위 방향표시: 고루포기, 안반데기 각 2.3km

전원풍 농가:

 

자갈밭 감자:

 

 

가까워지는 운유촌:

50년전 하룻밤 신세진 화전민촌_운유촌(안반데기마을):

 

 

피덕령 고랭지 농촌문화관(카페):

문화관 전시사진:

피덕령 방향표시판:

피덕령 안반데기 입간판:

 

일정: 오목골~고루포기산~고루포기~피덕령~운유촌(암반데기)~피덕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