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沃川旅行

沃川旅行(12): 옥천 이지당 길

맑은공기n 2017. 1. 22. 20:28

한국전쟁 후 서울로 올라오기 전 옥천 죽향국민학교(영부인 고육영수여사 모교) 2학년 봄 소풍을 이지당(二止堂)으로 갔습니다. 최근까지도 죽향국민학교(죽향초교) 출신은 꼭 한번은 가는 소풍코스였습니다     

 

산을 넘고 언덕을 지나 힘들게 여선생님 뒤를 쫒아 도착한 곳은 금빛 모래사장과 맑고 푸른 서화천(소옥천) 건너편 병풍바위와 커다란 숲처럼 보이는 작은 산줄기 속에 안겨있는 모습이 보기 좋은 고풍스런 이층누각(이지당)이 바라보이는 곳 이었습니다.

 

그러나 소풍에서 돌아오는 길이 얼마나 멀고 힘들었던지 1학년 아이들을 5, 6학년 형들이 업어 주어야만 했습니다. 저를 업어 주는 힘든 수고를 한 고학년 형의 편안하고 든든한 등에서 나는 땀 내음과 이지당의 뛰어난 풍경, 서화천 물가에 반짝이던 물결은 지금도 눈을 감으면 맡아지고 떠오르게 각인이 되었기에 몇 년 전부터는 일 년에 한 번은 꼭 그곳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60년 세월이 지나 죽향국민학교에서 이지당까지 자동차로 15분 편도4.5km, 왕복 9km의 길을 고등학교 친구들과 다시 와 보니, 초등학교 꼬맹이들과 도시락을 풀고 꿀 맛 같은 점심을 둘러 앉아 먹은 이지당 건너편 모래사장은 자동차길을 낸다고 일부만 남고 없어져 크게 서운했지만, 서화천(西華川·小沃川)이란 이름처럼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물가에 백로·왜가리들이 한가로이 노니는 아름다운 풍광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초가을 함께 여행을 한 다정한 고교친구들의 숨결은 제 마음 속에 영원히 기억 될 것이지만, 지금은 이름과 얼굴조차 잊어버린 저를 업어준 죽향초교 6학년 형이 더욱 그립고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술 한 잔 식사 한 끼라도 대접하고 싶습니다.

 

이지당(二止堂. 충청북도 옥천군 군북면 이백리)은 임란(壬亂) 의병장 중봉(重峰) 조헌(趙憲 1544~1592)선생이 후학들을 가르친 곳으로 훗날 우암 송시열(尤庵 宋時烈) 선생이<시전(詩傳)>에 있는 고산앙지 경행행지(高山仰止 景行行止)’, ‘산이 높으면 우러러 보지 않을 수 없고 큰 행실은 그칠 수 없다라는 뜻의 문구에서 끝의 ()’자를 따서 이지당(二止堂)이라고 쓴 편액이 걸려있으니 우암(尤庵)선생이 사약을 받기 2년 전 1687년 이었습니다.

 

중봉 선생은 옥천의 절경을 노래한 율원구곡(栗原九曲)이란 시조를 남기셨는데, 이지당을 숲속의 작은 배 같은 정자인 임정(林亭)이라고 부르며 주변경관을 칭송하셨습니다.

 

율원구곡((栗原九曲): 이상주 박사 발굴,국역

3곡 임정(林亭)

三曲林亭小似船[삼곡임정소사선] : 삼곡은 숲속의 정자라 작은 배와 같으니

一隣茅屋自何年[일린모옥자하연] : 하나의 띠집이 처음 이웃한것이 어느해부터인지

人携棗栗呈新釀[인휴조율정신양] : 사람들이 밤과 대추를 들고와 새로 빚은 술과 바치니

老守風流爾亦憐[노수풍류이역련] : 풍류를 지키려는 노인이여 너 또한 불쌍하구나.

<重峯先生文集卷之一[중봉선생문집 권지일] 1748년 간행본 인용>

 

2016.  10

 

버스 56번(옥천시내버스) 또는 607번(옥천~대전광역버스) 

 

- 옥천시내버스: 옥천터미널에서 56번 보오리행 용목리 경유

                     이지당 마주 바라보이는 각신정류장 하차

                     옥천터미널  06:40  08:30  13:00  18:40

                     보오리       07:00  08:50   13:30    보오리~각신정류장 약 10분 소요

 

- 옥천~대전 광역버스 607(12분 간격 운행) 옥천역 앞, 시내버스터미널에서 탑승

   10분 후 정류장 환경사업소 앞(이지당 입구)하차 도보 1.3km 이지당 

  <주의: 대전~옥천 607번을 타면 약 20분 소요되며 이 경우 ‘환경사업소 앞입구 하차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