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 정광산과 더불어 용인의 3대 명산인 석성산(石城山 471.5m)을 오를 때마다 높지는 않지만 돌들이 널려있고 오름이 급격한 남성적 골산(骨山)이란 느낌이었다면, 전설과 무속 신앙의 흔적을 알고부터는 신비의 산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되었습니다.
보개산 산신제단:
과거 성산 기우제에서 마을 사람들이 석성산을 할아버지 산으로 할미성 선장산(禪長山 349m)을 할머니 산으로 여겼듯이, 동백지구가 택지로 개발되기 전 농촌마을 시절부터 석성산은 삶의 근거지인 용인의 진산(鎭山)이며 동신신앙(洞神神仰)의 대상이었습니다.
용인시 박물관 맞은편 동백도서관 등산로로 해서 오르면 보개산 신위제단이 있습니다. 탑 꼭대기 보륜(寶輪)위 덮개 모양 부분을 지칭하는 불교용어에서 유래한 이름인 보개산(寶蓋山)은 석성산의 오래전 명칭이지만 이제 그 이름은 굿이나 산신제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예전 어은목·중리 마을이 참여한 산신제는 주민들에겐 큰 마을 의례였습니다. 제단 비석에 음각한 약사(略史)를 보면 107년 전인 단기4244년(1911년) 25인이 계(稧)를 설립하였으며 단기4340년(2007년) 보개산 산신제 보존위원회(회장 이재규)가 제단을 세워, 동백은 사람만이 아니라 신령들도 함께 사는 공간으로 완성됩니다.
동백지구 개발로 농촌마을과 주거공간은 사라졌지만 원주민들의 영적 의지였던 석성산 산신을 영원한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 석성산 주봉(主峯) 기운 흘러내려 영기(靈氣) 머무는 양지바른 길지에 정성을 모은 것으로 행간을 이해했습니다.
석성산 정상:
산신제단을 뒤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갑자기 시끌벅적합니다. 체격들이 커서 중학생인 줄 알았는데 석성산 아래 백현초교(栢峴初校) 학생들이 야외활동으로 석성산 정상을 올랐다 하산하는 중이었습니다.
초등학생들보다 산 타는데 더 힘들어 하는 여교사에게 시끄럽게 해서 죄송하다는 인사까지 받으니 마음속으로 좋은 학교, 좋은 교사에, 좋은 교육받는 어린이들은 참 행운아들이라는 생각으로 몸과 마음이 가벼워져 240개 나무계단을 어렵지 않게 밟고 정상에 올랐습니다.
용인 제1경을 성산일출이라고 할 만큼 계절마다 색 다른 상쾌한 맛과 느낌을 주는 전망은 언제나 일품입니다. 도농복합도시 용인답게 가을 농촌풍경이 파스텔 색조로 펼쳐지는 한편, 고층·저층단지 예쁘게 어울린 동백지구너머 멀리 수지구 까지도 잘 조망되었습니다.
작고개:
마성 작고개(栢峴 백현210m)로 하산 길을 택했습니다. 잣나무가 많아 홍수 때 잣나무 배가 지나가 잣고개라는 전설도, 성(城)의 고어인 ‘잣, 재’의 ‘잣고개’가 변음해서 작고개가 되었다는 꽤 설득력 있는 설도 있지만, 동백동(東栢洞)이나 백현초교(栢峴初校) 모두 잣나무 백(栢)을 써 한자 표기하고 있습니다.
짧게는 마성리·전대리에서 동백·어정으로, 길게는 진천에서 구성으로 이어지던 지름길이던 작고개에는 마성IC 요금소와 터키군 참전기념비가 있으며, 영동고속도로 개통으로 1971년 석성산과 단절된 선장산 할미성을 잇는 연결보도교 공사가 다음달 11월 준공을 목표로 마지막 공정에 한창입니다.
길이 168m, 폭 3미터의 보도교로 한남정맥(漢南正脈)이 47년 만에 다시 연결되면 석성산~선장산(할미성)을 오가는 등산객들의 편의는 물론이지만 석성산 마고선인(麻姑仙人)의 할미성 출입도 자유롭게 되는 신령한 무속적(巫俗的) 의미가 있겠습니다.
잣고개 서낭:
설화에 의하면 부부 신령인 석성산 마고할아버지(양애부처, 범바위신령)과 마고할머니(마고선인)이 성을 누가 먼저 쌓나 내기하다 마고할머니가 하룻밤 새 쌓은 석성이 현재의 할미성이라고 하며 자연스럽게 ‘마가실 서낭’도 생겼습니다.
터키군 참전 기념비 자리에 있던 마가실 서낭은 선비들이 과거합격을, 무거운 짐 등에 가득 지고 헉헉거리며 고갯길 넘어야 처자식을 부양할 수 있었던 등짐장수 가장은 물건 다 팔고 집에 돌아 갈 때까지 가족들 탈없기를 기원하던 곳이었습니다.
1970년대 새마을 운동과 고속도로 개통으로 없어진 서낭당을 원래 자리에서 50m 떨어진 곳에 1996년 ‘마가실 서낭’ 표석으로 세웠다가, 올 해(2018년) 정월 할미성 대동굿 보존회에서 ‘잣고개 서낭’으로 수정하여 조금 더 숲속 안쪽 북향으로 이전하여 모시게 되었습니다.
양애부처:
자그마한 ‘잣고개 서낭’ 표석 하단에는 (양애부처 마고선인)이라고 각자되어 있습니다. 마고선인이란 글자에서 마성(魔城)→마성(麻城)으로의 변형과 그 연관 지명인 마성리, 마성ic, 마성터널까지는 이해가 되었지만 ‘양애부처’란 말은 한자 부기(附記)도 없어 이해 할 수 없었습니다.
석성산과 할미산성(선장산)이 영동고속도로 개설로 깊이 깎이며 고개 양쪽이 절벽처럼 양애 (兩崖)가 될 것을 선조님들이 일찍이 예언하신 거라면 양애(兩崖)부처가 맞겠고, 양애부처를 범바위 신령이라고도 부르니 양지 바른 바위 절벽인 양애(陽崖)에 계시는 양애(陽崖)부처라고도 풀어보았습니다.
2017년 동백동 호수공원 야외극, ‘할미성에 흘려놓은 돌무데기‘ 라는 극에 ‘큰 바위에서 자고 있던 대왕호랑이’라는 대사(臺詞)가 등장합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잠은 따뜻한 곳에서 자야하니 양지 바른 바위 절벽에 거처하시는 양애(陽崖)부처가 보다 가까운 뜻으로 보입니다.
하나의 숭배대상을 범바위 신령과 양애부처로 혼용해서 부르는 것은 사찰에 칠성각이 모셔져 있는 것처럼 토속신앙과 불교의 결합이겠습니다.
불멸의 산신령:
백현초교로 하산하는 길은 거미줄 같은 석성산 등산로 중 비교적 인적이 드물어 오솔길 위주의 조용한 등산로이기에 깊은 산속 들어온 기분도 즐기며 석성산 신령님들의 영역 범위도 생각해보았습니다.
산이 많은 용인지역에서는 석성산을 비롯하여 부아산, 멱조산 등 산마을에서 산신제를 지냈거나 지내고 있고, 광교산에는 광교산 산신령을 모시는 ‘산신도사’ 당집이 낙생저수지 아래 현재도 존재하듯이 산신들의 영역이 나누어집니다.
마가실 에버랜드 세수(稅收)로 용인시에 대박을 터트려준 석성산 산신령은, 수지의 중심 풍덕천동에 마고신당(麻姑神堂)까지 열도록 멀리 위세를 떨치며, 광교산 산신령은 광교산 자락에서나 명맥을 잇게 하니 용인의 산신들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신령입니다.
영동고속도로 개통으로 마가실 사당이 사라지며 서낭굿은 한때 단절되었으나 1992년부터 할미성 대동굿(보존회장 유성관)으로 재현되어, 매년 용인 지역무형문화 축제로 신명나게 펼쳐지고 있으니 불멸(不滅)의 석성산 산신령은 무속과 축제로 여전히 용인 사람들 정신문화 한편에 살아있습니다.
일정:
09:44 동백역 2번출구
10:00~10:16 용인시박물관·동백도서관/1.41km
10:34~10:44 보개산 신위제단/2.70km
11:35~12:08 석성산 정상/4.90km
12:58~13:05 잣고개서낭/7.94km
14:56 터키군참전비돌아보고 백현초교/10.78km
용인 시립박물관:
유치원아들 투호놀이:
동백도서관 지하주차장 옆 등산로:
보개산 산신 제단:
석성산 돌 깔린 등산로:
서낭당 돌무지 풍습:
밝고 명랑한 백현초교 학생들:
석성산 정상오름 마지막 계단:
마성방향 하산:
화살표부근 숲에 잣고개서낭 표석:
잣고개서낭 머리위 2시 방향_공사중 교각:
터키군참전기념비:
잣고개서낭으로 되돌아와 하산 시작:
심산유곡 기분:
나무다리:
영동고속도로 옹벽따라 오솔길:
이정표가 보여요:
이정표:
왼쪽으로 마성터널:
암거통로:
암거통로=축복의 문:
2017년 동백호수공원 야외극:
비교 _ 옥천군 황룡사 산신령:
수지구 풍덕천동 마고신궁:
광교산 낙생저수지 산신도사(분당구 동원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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