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하(盛夏)의 산정(山情) 1963. 9. 10 하촌(霞村) 남용우(南龍祐) 아내와 함께 回龍寺를 찾기로 한 것은 여름방학이 거진 다 지나고 개학을 며칠 앞둔 무렵이었다. 여름방학 내내 거의 매일 학교에 나가 살았다. 변화의 맛이 없고 같은 일을 자꾸만 되풀이해야 하는 원고정리엔 역시 제일 좋은 곳이 학교다. 넓직한 곳이라 시원할 뿐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학교라는 데에 배어 있는 그 배움의 분위기에 젖을 수 있으며, 또한 내가 집에 있으면 그러지 않아도 좁은 집의 안방 하나를 혼자서 차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집을 나옴으로써 방 하나가 빌 것이요, 따라서 집안 식구들이 좀 널찍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고, 무더운 여름에 사람 하나의 체온을 줄이는 것만도 가족들의 보다 나은 여름 생활을 위하여 적지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