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글 남용우1960. 09 『틈만 있으면 나는 조그만 시집(詩集)을 끼고 정릉 산골짜기로 나간다. 나에겐 이보다 더 즐거운 휴식이 없다. 그러나 미아리 고개를 넘어 정릉 쪽으로 꼬부라지자 버스기 유난히 까불거린다. 나는 늘 여기를 지날 때면 눈쌀이 찌프려진다. 도로가 잘 닦여 있지 않아 차가 까부는 것쯤은 괜찮다. 차가 지날 적마다 일어나는 먼지로 차 속에서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다. 버스에 탄 사람들은 금방 지나가면 그만이라고 하더라도, 그 길가에 사는 사람들은 허구한 날 그 먼지를 어떻게 감당해 나가는지 남의 일이지만 딱한 노릇이다. 지붕엔 하얗게 먼지가 쌓여 있다. 판장도 대문도 하얀 먼지로 덮여 있다. 그래도 애들은 이 먼지 속에서 다름없이 놀고 있다. 그런데 내가 여기를 지날 적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