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近畿旅行

近畿旅行(99): 오산역에서 서랑동 재언이의 길

맑은공기n 2021. 8. 24. 14:10

오래전 우정은 세월이 흘러도 그리움만 싸여갑니다. 재언이의 죽음은 나이를 먹을수록 마음 속 깊이 각인됩니다. 충남 예산군 한마음 농원에서 실습을 마치고 장항선 기차타고 상경하다 오산역에서 내려 손 흔들어 주던 재언이의 모습은 52년이 지나도 또렷합니다.

 

그 이후로는 기차나 전철로 오산역을 지날 때 창밖으로 보이는 오산역 이정표와 플랫폼을 응시합니다. 70도 중반을 돌아서는 나이에 아주 오래전 오산역 철길 따라 멀어지던 재언이의 모습이 똑똑히 되살아납니다. 고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쓸쓸하고 슬퍼집니다.

 

k3학년 때 양우회(養牛會)에서 1년 후배인 차재언군을 만나 2년 6개월 같이 써클(동아리)활동을 했습니다. 여름방학, 겨울방학 마다 함께 농장실습을 하며 제대로 된 난방시설이라곤 없던 60년대 겨울 냉골 강추위를 이기려 한 이불 속에서도 같이 잤습니다.

 

중키의 재언이는 다재다능했습니다. 학업 충실은 기본이고 태권도부에도 들어 유단자로 신체 단련하며, 농악대원으로도 기예 솜씨를 펼쳤습니다. 가을 고연전에서는 괭과리, 북을 신명나게 두드리며 응원단에게 흥을, 선수들에게는 힘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일년 내내 학생복 차림 하나로 검소히 지내기에 그리 넉넉지 않은 지방 출신인 줄 알았습니다. 고향집이 어디냐고 물으면 세마대 아래 정남면 서랑리(서랑동)라고 하며 오산역에서 멀어 형은 걷기 힘들 거라고, 그래도 한 번 같이 가자고 하며 미소지었습니다. 세마대 세마디에는 힘이 실렸습니다. 

 

재언이가 전남 담양 병풍산에서 조난 사고로 세상 떠난 해에 고인의 집을 찾았다가 놀랐습니다. 솟을대문 양쪽으로 문간방 딸린 커다란 기와집이었습니다. 그시절 시골서 서울로 자녀를 공부하러 보내는 건 요즘 외국유학 만큼 돈이 들어 시골 부잣집 아니면 어려웠지만 그 이상 대가(大家)였습니다.

 

연안 차씨(車氏) 유학자 가문의 절약과 장유유서 기풍, 마을 고아들을 데려다 키우는 할머니의 인애(仁愛)를 보며 자라서 사치를 모르고 선후배들에게 깍듯한 예절이 몸에 배었든 모양입니다. 하늘은 어찌해서 이렇게 바른 22살 젊은 인재를 먼저 데려갔는지 의문입니다.

 

오산역에서 재언이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재언이가 다닌 오산중고등학교, 공자를 모신 사당 궐리사(闕里祠)를 거쳐 가장산업단지를 조성하며 낮아진 구래고개, 공장 즐비한 배문리골, 서랑저수지 산책로를 돌아 은행나무 우뚝한 서랑동(西廊洞) 재언이 옛집에 도착했습니다.

 

도중 비가 오기 시작해 대호중학교에서 가장산업단지 까지 99번 버스 탑승 구간을 제외하고도 서랑문화마을 까지  8km를 넘게 걸었으니 온전히 걸으면 지름길로도 최소한 9km는 되는 거리입니다. 하루에 왕복 50리 길을 걷고 뛰며 오산중고등학교를 통학했다는 계산입니다.

 

선후배 관계를 떠나 친했던 나를 생전에 자기 집에 데려가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도회사람이 걷기에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배려였습니다. 재언이가 k대학 매년 봄 큰 행사인 4.18의거 기념 단축마라톤대회에서 우승을 한 힘의 근원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은행나무 옆 재언이 옛집은 주인이 바뀌고 솟을 대문도 담장도 없어지고 안채 일부만 남아있습니다. 재언이가 형 오셨어요... 하며 반기는 그림이 환영처럼 그려집니다. 마을 앞 서랑저수지 넘어 노적봉(露積峰 160.3m)은 단정한 여인의 모습이라 옥녀봉이라고도 불립니다.

 

예쁜 옥녀(玉女)선남(善男) 재언이를 신랑감으로 일찍 모셔갔을지도 모릅니다. 독산성 세마대를 배산(背山)으로 그림 같은 서랑저수지(西廊貯水池)와 옥녀봉(玉女峰)이 마을을 감싸 안아 아늑한 서랑동은 오산시에서도 드문 전원 마을으로 서랑문화마을이라고 불립니다. 재언이의 길은 청명지맥(淸明支脈) 나의 마지막 여행 길이었습니다.

 

일정:

오산천~궐리사, 구래고개~서랑저수지 구간은 경기옛길 삼남길일부입니다.

 

08:50 오산역 2번 출구

09:08 오산천 징검다리/1.01km

09:12~09:18 오산중·고등학교/1.2km~1.5km

09:32~09:42 궐리사/2.4km~2.63km

09:58 버스정류장 대호중학교/걷기중단/3.76km

우남여객 99번 탑승

10:06 2가장산단2지구 하차

구래고개

10:19 코아시스템즈 입구/걷기 재개/4.21km

10:22~10:35 버스정류장 가장산업단지 생태공원/4.36km

배문리골 DCT SMC 경유

11:02 중부일보농원 앞 제2순환고속도로 굴다리/5.89km

11:12 서량저수지 데크길/6.23km

11:22 리기다 소나무 숲길/6.7km

11:32~11:44 서랑저수지 정자/7.16km

11:58 서랑마을 버스정류장/8.11km

서랑문화마을 탐방

12:41 오산교통 31번 마을버스 탑승

12:54 세마역 하차

 

↓ 오산역:

오산천:

남촌대교(재언이가 다닐 땐 나무다리):

정겨운 오산천 징검다리:

오산대교(징검다리는 남촌대교와 오산대교 사이):

오산천 징검다리 건너 오산중고등학교:

재언이 모교:

오산중고등학교 교훈:

유학자 집안 재언이가 참배한 공자 사당 궐리사/코로나19로 비공개:

높이 22m 둘레 4.8m 수령 260세 은행나무:

비가 내려 99번 버스로 도착한 가장산업단지/구래고개:

고개넘어 버스정류장 생태공원(구래고개 반대편):

서랑동 길목 배문리골은 공장으로 변신: 

배무니로에서 노적봉이 보이기 시작:

세마동 방향으로(카카오맵 지곶교 교각?): 

노적봉 보며 제2순환도로 옆을 걸읍니다:

좌측으로 지곶동 e편한 대림과 학산: 

중부일보농원 표시에서:

제2순환 고속도로 통로 통과:

세마승마장 입구:

서랑문화마을(서랑동) 방향표시:

독산성 조망(재언이는 권율장군이 승전한 독산성 아래 산다고 자랑스러워 했습니다):

서랑교 건너 데크 길로:

노적봉:

좌측으로 지곶동 e편한 대림 조망:

서랑저수지:

데크길 끝나고 리기다 소나무 숲 길 시작:

숲 터진 틈으로 저수지 조망:

정자에서 조망:

제방 아래 논과 서랑동 마을:

재언이 집 은행나무:

서랑저수지 일주는 아직입니다:

서랑동으로 이동:

 

옛날 고연전때 농악대 재언이 모습 같습니다: 

마을 정체성을 보여주는 서랑동 줄다리기:

마을 모습을 바꾸는 예쁜 전원주택 들:

은행나무 뒤 재언이 옛 집 모습:

솟을대문, 행랑채, 담장은 없어졌습니다:

이 집 사시는 분 들 대대손손 복받으십시요!

은행나무와 노적봉(옥녀봉)은 서랑문화마을 자랑! 

수령 200년 가깝습니다:

안개 핀 노적봉(옥녀봉):

버스정류장: 

오산역 환승센터 12시 출발 버스41분 탑승, 세마역12시54분 도착:

경로(대호중학~가장산업단지 버스 탑승):